네온 시티의 닫힌 문 (The Closed Gate)
"접속 거부(Access Denied)."
홀로그램 메시지가 붉게 점멸했다. 낡은 터미널 앞에 선 신입, 카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. "이봐요, 내 코드는 완벽했어요. CRUD 모듈도 정상 작동하고, 문법 에러도 없었다고요!"
그림자 속에 앉아있던 베테랑 아키텍트, 'J'가 기계 의수(prosthetic arm)로 담배 연기를 휘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. "카일, 넌 아직도 202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접속을 시도하고 있군. 그건 이제 '레거시(Legacy)'야."
"뭐라고요? 전 그래도 주니어 레벨에서는 상위 10%..."
"들어봐, 꼬마야." J가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자, 수만 줄의 코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. 그것은 인간의 속도가 아니었다. "지금 이 도시는 '코어 AI'가 지배해. 네가 밤새 짠 코드? 저 녀석들은 0.3초면 컴파일까지 끝내고 최적화까지 마쳐. 기업들이 왜 너 같은 '유기체(Organic)' 신입을 안 뽑는지 알아? 넌 가성비가 최악인 부품이거든."
카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. "그럼 우린 대체 설 자리가 없다는 겁니까?"
"아니, 게임의 룰이 바뀌었을 뿐이야." J가 자신의 목 뒤에 심어진 뉴럴 링크 포트를 가리켰다. "과거엔 기업이 널 데려다가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시켜줬지. 월급이라는 연료를 주면서 말이야. 하지만 지금은? 전쟁터야.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깡통 로봇을 전장에 내보내는 지휘관은 없어. 비용 낭비니까."
"그럼... 제가 제 돈으로 칩을 사서 박으라는 겁니까?"
"잔인하게 들리겠지만, 정답이야." J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. "스스로 학습 데이터를 쌓고, AI를 네 손발처럼 부리는 '오퍼레이터'급이 되어서 돌아와. '배우겠습니다'라는 말은 이제 입력 오류(Input Error)로 처리된다."
J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덧붙였다. "그리고 억울해하지 마. 나 같은 올드비들도 마찬가지야. 매일매일 내 뇌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, 나 또한 저 쓰레기장으로 폐기될 운명이니까. 우린 지금 가속의 시대를 살고 있어. 속도를 못 맞추면, 증발할 뿐이지."
터미널의 불빛이 꺼졌다. 어둠 속에 남겨진 카일은 비로소 깨달았다. 이것은 단순한 채용 거절이 아니었다. 진화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, 차가운 우주의 법칙이었다.
#웹소설 #창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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